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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임/난임치료] 그만한 게 다행이지 뭐...
2016-03-16

 

그만한 게 다행이지 뭐...

It could have been worse...

 

 

 

 

 

안녕하세요. 꽃마을한방병원 한방부인 2과 위효선 원장입니다.

'그만한 게 다행이지 뭐...'

제가 우리 아이들 어렸을 때 읽어주던 동화책 제목입니다.

 

생쥐 주주가 친구 집에 놀러 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담쟁이덩굴을 조심조심 넘는데,

바로 그 때...어이쿠! 그만 발을 헛디뎌 땅으로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생쥐는 아야야! 난 정말 운이 없다고 의기소침해 하지만,

실은 아까부터 담쟁이덩굴 위를 걷고 있는 생쥐를 바라보며 발톱을 세워 잡으려고 사나운 고양이가 뒤에 있었던 것입니다.

쥐는 땅으로 떨어져 좀 아플 뿐이지만,

쥐를 잡으려던 고양이는 가시가 잔뜩 나있는 덩굴에 떨어져 몸이 잔뜩 가시에 찔렸습니다.

이런 식입니다. 생쥐 주주가 집으로 가는 길에 웅덩이에 빠지지만,

그 위에는 독수리가 쥐를 잡으려다 내려왔는데 생쥐가 땅으로 꺼져 독수리는 땅에 꽝! 부딪혀 버리고 맙니다.

주주는 왜 나한텐 언제나 나쁜 일만 일어나지? 억울해하지만, 하지만 웅덩이에 빠지지 않았으면,

그렇지 않았으면 독수리 밥이 되 버릴 수 있었습니다.

그만한 게 정말 다행이잖아요! 라고 작가는 글과 그림으로 너무도 재미있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계속 이런 식으로 주주는 본인도 모르게 고비를 넘기고

그 와중에 몸은 좀 상하지만 무사히 엄마가 계신 집에 도착하게 됩니다.

엄마는 그만한 게 얼마나 다행이니!”라고 다정히 주주를 위로하는 것이 이 책의 마지막 장면입니다.


 

 

 

진료실에서 환자분을 뵙다 보면 정말 가지각색의 사연과 몸의 상태, 이전에 여성 질환 뿐 아니라

각종 질환으로 고생하셨던 일을 듣게 됩니다.

또 그러다보니 혹은 질병 뿐 아니라 마음혹은 살아온 인생 얘기까지 알게 되기도 합니다.

도저히 위로가 불가능한 경우, 듣기만 해도 마음이 먹먹해지고 영화나 소설 같은,

아니 그 보다 실제 현실은 더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말 그대로 인생은 그런 것이니까요.



 

춘천에서 환자분이 오셨습니다. 당시 42세로 결혼이 늦었습니다.

그래서 결혼 6개월 이후부터는 적극적으로 임신을 준비하셨습니다.

양방 난임 검사 결과 배우자분은 정자 활동성이 떨어지고, 여성은 근종이 있고,

나이로 인해 난소기능이 다소 저하되어있는 등의 요인이 있었습니다.

양방 난임 클리닉에서는 기타 다른 시도 없이 바로 시험관 아기 시술을 권고했었고,

2회째 시험관 아기 시술에서 쌍생아를 임신하셨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임신 초기부터 절박 유산기가 있어 2회 입원 치료를 받는 등 불안한 경과를 보여 고생하셨습니다.

35세가 넘는 산모는 고령 임신으로 분류되어 양수 검사 적응증이 됩니다.

양수 검사를 받은 지 1주일 뒤, 양수 조기 파수가 와서 한 아이를 잃고, 그 후 일주일 뒤 다시 한 아이도 잃게 되었습니다.

유산으로 쌍둥이 아기들을 보내고 두 달 정도가 지난 후에 본원에 오셨던 것입니다.

 

 

상담 하는 내내 어찌나 속이 먹먹하던지요. 어떤 말로 감히 위로가 될 수 있겠는지요.

환자분은 바위 같은 분이셨습니다. 눈에 눈물이 고여 흘려 내렸지만, 차분하게 진료를 받으셨습니다.

한의사가 되어 진료를, 특히 부인과 관련 진료를 하다 보니 몸의 상태뿐만 아니라

()(便)()등의 생활 습관 태도를 물어보고 교정하자 권고해야하니 환자 분에 대해 많이 알게 됩니다.

과거력도 물어봐야하고 가족력도 물어봐야 하고 그러다보니 많은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한의사와 환자로 대화를 나누지만, 결국은 사람 사는 얘기를 나누는 것입니다.

 

아프고 괴롭고 힘들고 애타는 얘기를 듣지만, 많은 경우 저는 환자에게서 감동을 받습니다.

오히려 제가 긍정의 에너지를 받습니다. 숙연해지는 상황인데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력을 하는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가지고 견디고 버티고 기다리는 것입니다.

 

 

내원 당시에는 마음도 그렇지만 몸도 많이 축이 나 계신 상태였습니다.

하지 부종이 심하고 발바닥 통증도 심하고 계속 땀을 많이 흘리시고 시력도 저하된 상태였습니다.

거의 출산과 같이 몸이 무리가 된 상태이니, 아니 그 보다 여러모로 힘든 일을 겪은 것이니까요.

 

 

건강한 임신과 그 이후의 유지를 위한 치료를 시작하였습니다.

내원 한 달여 전부터 다시 출근을 하시는 상황이고,

멀리서 오시는데도 거의 1-2주 만에 내원하셔서 꾸준히 치료를 받으시고 한약도 잘 드셨습니다.

이전 양수 검사 때 양수에서 곰팡이 균이 발견되어 세균 DNA 검사를 받았습니다.

곰팡이성 질염 진단 받아 양방 치료도 병행했는데 증상은 없지만, 균이 잘 없어지지 않았습니다.

대학 병원에서는 양수에서 칸디다균이 발견된 것은 아주 희귀한 경우지만,

또 임신 유지와 출산에는 별 영향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니까요. . 사실 저는 환자가 아무리 고령이지만 유산기가 있었는데 양수 검사를 했어야 했을까...

의혹을 가졌었지만 말입니다. 언제나 원인은 알 수 없거나 한 가지가 아닌 경우들이 많지요.

 

 

그해 9월부터 시작된 치료는 다음해 4월까지 지속되었습니다.

치료를 받으시면서 족저통은 감소 했고, 붓기가 빠지고 한 참 후에는 드디어 시력도 좋아지는 등 몸은 점점 건강해졌습니다.

유산 후 6개월은 피임 기간이 필요했습니다.

치료 시작 전에 환자분은 몸을 만든 이후에 2회 정도 자연 임신을 시도해보고

그 이후로는 이전 시험관 시술 때 냉동 배아가 있어서 이식을 원하셨습니다. 그렇게 하기로 했습니다.

5월에 수정란 이식에 임신 성공하여 임신 기간 내내 건강하게 지내셨고 이듬해 1월 건강한 아드님을 출산하셨습니다.

이 경우는 좀 특수하게 배아 이식 전부터 거의 임신 34주까지 꾸준히 안태약을 복약하였고,

출산 이후에는 산후 조리를 위한 한약을 처방해드렸습니다.

 

 

환자분은 바위와 같으셨습니다. 아니 모든 생명을 품어주는 대지와 같았다고 해야 할까요.

나의 아기가 튼튼하게 뿌리 내릴 수 있게 준비하셨습니다.

힘든 일을 겪고 오셨지만, 왜 안 불안했을까요, 과연 잘 될까 하는 의혹이 없었겠습니까.

그러나 환자도 한의사인 저도 묵묵히 해야 하는 것을 하고 기다렸던 것 같습니다.



 

이만하길 다행이라고 생각할 경우는 무궁무진합니다. 몇 개만 예를 들어도 각각 믿고 의지 할 바가 될 수 있습니다.

일단 생리를 아직 하고 있다면, 아직 30대라면, 유산을 했더라도 한 번이라도 임신을 했더라면,

정상적으로 부부관계가 되기라도 한다면, 기타 등등 나열하자면 한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화 내지 마세요. 억울해 하지 마세요.

억지로 한다면 모르겠는데, 그렇지 않다면 가능한 자신에게 유리하게 긍정적으로 생각하시고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노력을 하세요.

현재 상태에 대해 정확히 인식하는 병식도 꼭 필요하고,

그 이후에는 그래도 잘 될 것이라는 점에 마음을 돌리고 해야 할 것을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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