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무시했던 올해의 긴 더위도, 절기와 함께 결국은 물러나, 이제는 완연한 가을입니다.

이제 서울의 곳곳도 단풍으로 물들 준비를 하고 있네요.

여름의 습한 기운에서 갑자기 확 건조한 기운으로 바뀌는 가을에는, 건조함과 습함에 따라 민감하게 작용하는 호흡기(코부터 폐까지)와 피부를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큰 일교차와 건조함으로 인해 호흡기와 피부가 부담을 많이 받게 되는 시기이지요.

열이 동반되지 않는 인후통증, 피부가 심하게 붉지도 않으면서 건조하고 심하게 가려운 증상 등이 나타날 수 있고, 특히 가래가 별로 없는 기침, 야간에 심해지는 인후통증이나 기침, 오랜 시간 경과에도 잘 낫지 않으며 도한(잠들어 있는 시간대에 나는 땀) 등의 허로 증상이 동반되는 호흡기 증상은 가벼이 보시면 안됩니다.

50대 남성분이 내원하시기 1개월 전부터 피부 가려움증이 시작되어 피부과약을 복용해오고 있던 중, 주야간에 땀이 늘어나고 감기기운처럼 인후의 통증, 그리고 무기력 증상이 반복, 계속되고 있어서 내원하셨습니다. 우선은 인후통증의 원인을 주야간에 늘어난 땀으로 보고 1단계 처방을 하였습니다. 땀도 줄어들고, 인후통증은 현저히 줄어들었으며, 복용하던 피부과약을 줄여갔음에도 불구하고 피부가려움증도 서서히 호전되는 변화를 보였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새벽녘에 몸이 후끈 달아오르며 땀이 나는 정도는 남아있으며, 기온이 떨어지는 시간대의 인후통증도 남아있었고, 피부 가려움증도 약간 남아있었습니다. 2단계 처방은 진액과 혈분을 보충해주는 약을 기본으로 하고 복용 중이던 피부약을 끊어나갔습니다. 전에 복용하던 약에 비해서 가려운 피부 증상이 빠르게 진정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몸에 진액이 점차 보충되면서 서서히, 피부 가려움증 뿐 아니라 인후통증, 새벽녘에 땀나고 더워지는 느낌, 추가로 귀속이 먹먹한 느낌까지 좋아지게 되었습니다. 진액이 부족하고 건조해지면서 인후부터 피부까지 다양하게 증상이 나타났던 사례입니다.

현대생활은 과거에 비해 먹을 것이 여유로워지고 기운을 많이 쓰는 노동도 줄어들어, 기운이 오래도록 부족하여 오는 증상들은 과거에 비해 많이 감소하였고, 마음과 정신을 많이 쓴다거나 야간활동으로 인한 수면부족 들이 겹쳐지면서, 진액과 혈분이 부족한 증상들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나타나게 됩니다. 거기에 계절의 기운까지 건조한 상태로 접어들면서 그 변화기에 다양한 증상들이 나타나게 되고, 즉 가을에는 호흡기와 피부가 더 예민해지기 쉬워 더욱 더 잘 관리하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건조(乾燥)한 것은 자윤(滋潤)해야 합니다. 다른 계절에 비해서 수분섭취도 더 신경써주시고, 너무 늦지 않은 취침으로 음혈(陰血)을 기르는 노력도 중요합니다. 예로부터 내려오는 경옥고(瓊玉膏라)는 약에는 진액을 보충해주는 약재와 기운을 보충해주는 약재가 조화롭게 들어있어서 호흡기의 꾸준한 보충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진액을 보충하여 폐의 기운이 잘 소통되게 하는 것, 경옥고를 포함하는 다양한 한약처방의 묘미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