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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와가와가(Wagga Wagga)에서 기쁜 소식이!
K님은 천진난만해 보였습니다. 41세의 나이에 천진난만해 보인다고 한 것은 그만큼 순수하고 맑아보였다는 것입니다. 얼굴도 동글동글 스마일 인형 같았습니다. 호주에서 오셨다 합니다. 호주에 가족이 살고 있는 저로써는 호주에서 오신 것만으로도 그저 반갑습니다. 한국에 잠깐 다니러 오셔서 병원 진료를 받게 되셨다고 합니다. 정말 요새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해외 각지에서 살고 있다는 것이 실감납니다. 미국, 캐나다, 유럽, 일본, 중국, 러시아 등등, 심지어는 아르헨티나, 적도 기니 그리고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도 환자가 찾아왔었습니다. 글로벌 코리아입니다.
K님은 호주에 유학을 갔다가 거기서 13세 연하의 남편을 만나 2013년 4월, 39세의 나이에 결혼을 하고, 일 년간은 신혼을 즐기고 피임을 하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이후 임신을 시도한지 2개월 만에 자연 임신을 했습니다. 그러나 9주째에 계류 유산이 되어 수술을 받으셨다고 합니다. 여성의 나이 40이면, 임신도 잘 되지 않고 유산은 아주 잘 되는 나이입니다. K씨는 그럴 줄 모르셨겠지요. 유산 후 심한 우울증으로 힘드셨다고 합니다. 몸도 회복이 더뎠겠지만 마음도 가라앉아 기울(氣鬱)된 상태였으니, 배란이 잘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고, 유산 후 수술은 9월이었는데 생리도 그 다음 해를 넘겨 2015년 1월에나 다시 찾아왔습니다. K님은 20대 초반부터 우울증이 시작되어 필요하면 치료를 받았었다고 합니다. 마음이 여리고 섬세한 분이라는 것이지요. 그래도 진료를 보러 오셨을 당시에는 오랜만에 한국에 와서 가족도 만나고 맛있는 한국 음식도 맘껏 드실 수 있어서 그런지 씩씩하고 명랑해보였습니다.
K님 본인이 귀국한 이후로 각종 검사들을 받아보시길 원했습니다. 아무래도 한국이 의료 서비스는 타국에 비해 편리한 측면이 많기 때문입니다. 대장내시경, 위내시경, 유방, 갑상선 초음파 등, 그리고 자궁난관조영술도 다시 한번 점검받길 원하셔서 받았더니 좌측 난관이 부분적으로 폐색되어 있었습니다. K씨의 나이도 고려해서 난소기능검사-AMH 호르몬 검사를 했더니 0.18ng/㎖로, 약 48세의 평균 농도로 확인이 되었습니다. 5종 여성 호르몬 검사도 시행했더니 FSH가 15.57로 mIU/㎖로 난소기능저하가 가파르게 진행되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2015년 12월에 시작된 진료는 아쉽지만 1월 25일, 출국하시기 전까지만 지속되었습니다. 그 이후로는 전화와 카톡으로 소통하면서 호주로 한약을 보내드려 2016년 4월까지 4개월분의 한약을 복용하였습니다. 출국 당시에는 경미한 정도의 갑상선 기능 저하소견이 있어서, 임신을 준비 중에는 이런 정도라도 갑상선 호르몬 보충 요법을 해줘야하기에, 갑상선 약을 복약하셨는데, 한약을 드시던 중에 호르몬 수치가 매우 좋은 정상 수치로 회복되어 갑상선 호르몬 약도 중단하게 되었습니다.
K님은 치료를 하면서 이후에는 몸이 따뜻해지고 늘 있던 생리통도 많이 좋아지고 몸도 가벼워지는 등, 전체적인 상태는 개선되는 듯 하다고 하셨지만, 꼭 생리 1주일 전 2-3일정도 배가 콕콕 쑤시는 통증이 있고 속이 않 좋은 증상이 있으면서 입주위에 뾰루지 같은 트러블이 난다고 호소했습니다. 마치 생리 전에 입덧같이 체한 증상이 있어서 기대를 하게 되지만, 꼭 그러고 나서 1주일 후에는 생리가 시작해서 낙담한다고요. 많은 환자분들이 치료 중에 이런 증상을 호소합니다. 즉, 사실 임신이라고 하는 과정은 배란, 수정, 착상, 그리고 그 이후로 착상의 진행, 태아의 성장을 거쳐 출산에 이르러서야 끝이 납니다. 임신은 결과가 시작되었지만 결국은 그 마지막 생리로부터 10개월의 여정이 차질 없이 착착착 진행되어서 아기가 탄생되어야 끝이 나는 과정이라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어느 단계에서든 예정치 않은 차질이 일어나면, 수정도 안 되고, 착상이 안되고, 착상이 되었다가도 생리로 나오고(-이를 화학적 유산이라고 하지요), 임신 초기에서 자연유산, 계류유산이 되기도 하고, 심지어는 조산, 사산 등도 일어나는 것입니다.
즉 생리 전 일주일-10일의 시기는 착상이 시작되어 이루어지려고 하는 시기이니, 예민한 여성들은 착상이 이루어지는 시기에 몸의 변화를 감지할 수가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증상이 앞에서 열거한 K씨가 호소한 복통, 소화 불량, 피부 트러블, 가벼운 열감, 몸살 기운 등등이 있습니다. 물론, 이런 증상은 배란 이후 호르몬 변화로 인한 월경전증후군과도 유사합니다. 월경전증후군(Premenstrual syndrome, PMS)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임신을 시도하는 여성이 이전에는 이런 증상이 없다가 임신을 시도하면서 이런 증상이 생겼다면, 무엇인가 변화가 일어나서, 이전에는 적어도 수정·착상이 안 이루어졌으나 이제는 그런 반응이 일어는 나는데, 아직 잘 진행을 못해서 임신까지는 못 가고 생리가 되는 것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4월에 통화 후 한약을 보내드리고, 환자분의 근황을 간혹 카톡으로 전해 받고 한동안 소식이 없이 지냈습니다. 11월 말, 환자분이 통화를 원하셔서 전화 연결이 되었는데, 너무도 기쁜 소식을 전해주십니다. 임신 5개월이시라고, 임신 초기도 불안한 시기도 무사히 지나고, 각종 태아 검사도 정상을 확인할 때까지 조심스러워서 기다리시다가 이제야 기쁜 소식을 알려주신다고 합니다. 그래도 황송하게도 저한테 가장 먼저 전해주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어찌나 기쁘고 반갑던지요. 한동안 호주 와가와가에서의 전원 생활, 강아지 입양 등 소식을 알려주셨지만, 그 이후로는 편안하게 맘을 내려놓고 다소 맘을 비웠다고 할까, 평화롭게 지낸다고 근황을 알려주시기도 했습니다. 그런 평화가 오고 나니 아기도 온 것일까요. 자연 임신이 되어 5개월이 되도록 순조롭게 건강하게 잘 지내고 계신다니 너무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K님의 경우도, 사실 나이도, 난소 기능 저하도, 편측 난관 폐색도, 어찌 보면 자연 임신을 희망하기 어려울 수도 있었습니다. 한국의 양방 난임 클리닉 선생님들은 곧 바로 시험관 아기 시술을 권하셨다고 하셨지요. 그러나, 저는 일단 유산을 했더라도, 결혼 후 한 번 임신했던 적이 있고, 또 무척이나 젊은 남편, 그리고 무엇보다 ‘스마일 인형’ 같은 본인의 낙관적인 마음, 필요한 것은 다 하려는 적극적인 자세, 게다가 호주의 전원생활이 믿을 만한 점이었습니다. 왠지 한국보다는 호주에서라면 일을 해도 인간적으로 대우 받고 할 것 같고, 자연 환경도 평화롭고 대기 오염도 없을 것 이구요. 그래서 그런지 환자분께 “6개월이 지나면 임신할 것이다!”라고 호언장담도 했다고 하네요. 사실 저는 기억에 없었는데, K님이 말씀해주셨습니다. 믿고 노력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가 모두 호주에 살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하지만 호주에 못 살고, 한국에 살더라도 오늘 한 번 더 웃어보고, 더 희망을 가져보고, 더 노력해보실 것을 권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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