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벌써 2월입니다. 예로부터 동지를 지나고 열흘만 지나도 해가 여우꼬리만큼 길어진다고 하였으니 열흘보다 한참 더 지난 지금은 분명 낮의 길이가 더 길어지는 중이고 밤은 더 짧아지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밤이 길던 짧던, 그 밤이 괴롭고 힘든 사람들이 많습니다.

충분하고 좋은 수면은 건강에 매우 중요합니다. 수면이 부족할 경우, 당연히 피곤할 뿐 아니라, 면역력의 저하로 인해 여러 질병에 노출 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특히나 최근 연구 결과, 잠이 부족하면 살이 찔 수 있다는 이야기가 과학적으로 증명 될 수 있는 연구가 발표 되었습니다.

2017년 초, 쓰쿠바(筑波)대학의 마이클 라자루스 교수와 도쿄(東京)대학 크리스토퍼 맥큐원 교수 연구팀은 쥐 실험에서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는 논문을 영국 과학지 E-라이프에 발표했습니다.

연구팀은 바닥에 철사 그물을 설치해 불안정하게 만든 사육 상자에 실험쥐를 넣어 렘수면이 극단적으로 줄어드는 환경을 조성했습니다. 그런 다음 맛이 다른 몇 가지 먹이를 주자 보통 환경에서 사육한 쥐에 비해 설탕이 많은 단 음식과 고지방질 먹이를 약 30% 더 먹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맛과 향 등을 판단하는 역할을 하는 뇌의 '전두전피질'이라고 불리는 부분의 기능을 유전자변형기술로 억제한 후 같은 실험을 했더니 고지방질 먹이는 많이 먹었지만 단 음식은 필요 이상으로 먹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연구팀은 수면부족으로 단 음식이 먹고 싶어지는 것은 이 전두전피질의 기능과 관계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라자루스 교수는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지는 모르겠지만, 수면의 총량이 줄어들면 렘수면도 부족해져 비만의 한 가지 원인이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으며, 국립 정신·신경의료연구센터 정신보건연구소 관계자는 "잠을 적게 자는 사람에게 비만이 많은 사실은 역학조사에서 확인됐지만, 비만으로 이어지는 음식섭취 행동의 변화를 일으키는 신경메커니즘은 규명되지 않았던 만큼 흥미 있는 연구결과"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사람의 경우 잠이 부족하면 깊은 잠은 감소하지 않은 채 렘수면과 얕은 렘수면이 같이 감소한다"고 지적, "그에 관한 영향도 규명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20대 초중반의 여성이 대학 졸업반으로서 체중감량치료에 도전을 하여 아주 건강하고 효율적으로 체중을 뺐습니다. 그런데 중간에 사정이 있어 감량된 체중을 잘 유지하지 못하고, 다시 1년여 만에 거의 원래의 상태로 돌아오게 되었고, 다시 체중감량치료를 시작 하였습니다. 그런데 불과 1년 남짓의 시간차 임에도 불구하고 두 번째 체중감량치료는 형편없는 수준으로 진행이 되었습니다. 왜 그럴까 1년 사이에 달라진 것이 무엇이 있었는가 원인을 분석해보았으나, 1년의 나이 상승, 그리고 야간 수면시간의 부족 말고는 다른 차이를 찾지 못하였습니다. 취업을 하면서 예전과 생활리듬이 달라지고 또 여러 가지 이유로 야간수면 시간이 방해받는 상태였는데, 체중감량 성적은 전년도에 비하여 현저하게 뒤떨어졌습니다. 물론 식이요법, 운동요법의 정도, 그리고 저의 치료방식은 이전과 큰 차이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비슷하였던 상태입니다.

잠을 잘 자야 건강해진다, 키가 잘 큰다, 학습효율이 높아진다 등등 많은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잠을 잘 자야 체중조절이 수월하다는 이야기도 있지요. 일반적으로 수면 부족일 경우, 깨어있는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게 되고 결국은 소비열량보다 섭취열량이 늘어나게 되어 체중은 늘어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와 달리 야간에 아무것도 먹지 않고 밤새워 일을 열심히 했다고 해도 체중 변화가 역으로 가는 경우를 임상에서 매우 많이 관찰할 수 있습니다. 수면상태가 식욕조절중추에 영향을 주고 또 그 영향을 받기도 하는데, 상기한 논문의 내용도 일맥상통한다고 보입니다. 특히 아예 밤을 새우는 것이 아니라 위의 실험에서와 같이 깊은 잠을 취하지 못하는 경우, 충분한 수면시간이 확보되지 않는 경우에도 식욕조절 중추를 이상하게 자극한다는 결과는 수면의 양 뿐만 아니라 질의 중요성도 다시금 생각하게 합니다.

밤에 잠을 안 자려는 사람은 라이프 스타일을 수정해나가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고, 밤에 잠을 못자는 사람은 원인 분석을 통하여 치료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나는 왜 살이 계속 찌지, 나는 왜 식욕조절이 잘 안되지 하는 분들도 수면의 양과 질을 한번 짚어보시면 어떨까요?